Versace

아카이브) it48) 지아니 베르사체 꾸뛰르 그레이 울 자켓 아트피스

지아니 베르사체, 희끗한 무채색으로 그를 추모한 1999년 ‘지아니 베르사체 꾸뛰르’의 FW 자켓입니다. 이 시기의 베르사체를 이야기하려면 지아니 베르사체의 죽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7년 지아니 베르사체가 연쇄살인범에게 피살당하면서 그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세계 패션계가 충격에 잠겼고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지아니 베르사체’ 역시 앞날이 불투명했습니다. 그러나 지아니의 뮤즈이기도 했던 그의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이내 그의 자리를 대신해 크리에이티브 섹션을 진두지휘하며 지아니의 죽음의 충격으로부터 럭셔리 하우스로서의 ‘베르사체’를 연착륙 시켜 오늘날에 이르렀죠. 이 자켓은 그의 사후 ‘지아니’라는 이름이 브랜드에서 빠지기 전까지 수년간을 일컫는 일종의 ‘애도 기간’에 세상에 나온 자켓입니다. 화려한 색감 대신 일정한 톤의 단색을 사용하고 보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으로 회귀하는 등, 그의 화려한 외향을 섣불리 흉대내지 않음으로써 지아니의 고유한 세계에 대한 존중과 그를 잃은 슬픔을 낮은 자세로 침묵 속에 선언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모두 지아니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려는 노력과 메모리얼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안감에 흐르는 메두사 자카드의 박진감, 낮은 고지와 높은 브이존으로 만들어진 드라마틱한 라펠, 미세하게 길게 나온 총장이 만든 긴장감, 조밀한 도트를 바탕으로 큰 도트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장식적 리듬 등 지아니를 넘어서는 ‘베르사체적 과잉’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앞에 놓인 최초의 대답들이 이 시기에 남았습니다. 해외 시세로는 80, 90만원을 호가합니다. 그의 죽음을 그저 상업화하는 표현으로 비칠까 조심스럽지만, 기본적으로 죽음이라는 어떤 서늘한 테마안에 아름다움, 슬픔, 영원 등의 모티프가 떠도는 아트피스입니다. 포멀함 위에서도 스트릿 위에서도 그 아우라를 잃지 않을테니 특별하게 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표기 사이즈 IT 48 국내 100 추천드립니다. 어깨 42 가슴 53 소매 63 총장 82 편하게 문의주세요. 감사합니다. p.s. 지아니 사후 20년인 2017년, 도나텔라는 지아니 트리뷰트 쇼를 기획해 패션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최초의 추모와는 다르게 그의 시그니처 모델과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 부활시킨 쇼였습니다. 그에 대한 그리움이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완연한 배경이 된 것이겠죠. ‘산울림’의 김창완 씨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형제(산울림 드러머 김창익)를 잃은 후 산울림으로서 마지막 활동으로 전집을 기획하며 적은 추모의 글 ’서문’을 덧붙입니다. *** 이제 바람은 멈추었다. 모든 색은 합쳐져 단 하나의 작고 검은 마침표가 되었으며 모든 빛은, 합쳐져 수억 겁의 미래로 가버렸다. (…) 산울림, 그들의 노래는 화석이 되었다. 화석은 생명의 흔적인 동시에 다시는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자각의 덩어리다. 이 전집은 그런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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