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ial
국내 패션의 실험실이자 놀이터, 데일리 프로젝트
당신은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를 아는가?
2026년 7월 09일
당신은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를 아는가? 2000년대 중후반 청담동에 위치했던 이곳은 해외의 서브컬처와 전위적인 문화를 국내에 발 빠르게 소개하는 문화적 첨병이자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아지트로, 당시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감각적인 편집숍으로 불렸다. 아쉽게도 2010년대 중반에 종적을 감추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데일리 프로젝트의 이름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진정성 있는 공간’이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해답을 얻고자 했기 때문. 한국의 패션의 실험실이자 놀이터, 데일리 프로젝트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한국 패션의 첫 번째 실험실
데일리 프로젝트
당신은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를 아는가? 2000년대 중후반 청담동에 위치했던 이곳은 해외의 서브컬처와 전위적인 문화를 국내에 발 빠르게 소개하는 문화적 첨병이자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아지트로, 당시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감각적인 편집숍으로 불렸다. 아쉽게도 2010년대 중반에 종적을 감추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데일리 프로젝트의 이름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진정성 있는 공간’이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해답을 얻고자 했기 때문. 한국의 패션의 실험실이자 놀이터, 데일리 프로젝트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2007년 시작된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는 국내 1세대 패션 기업이자 한국 디자이너 골프웨어의 효시인 ‘이동수F&G’ 산하의 편집숍으로 단순한 의류 매장을 넘어 전시와 카페, 패션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청담동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국내에는 신세계의 ‘분더샵(BoonTheShop)’과 한섬의 ‘무이(MUE)’ 등 1세대 편집숍들이 이미 해외 유수 디자이너 브랜드를 바잉하고 있었으나, 데일리 프로젝트는 한층 자유롭고 실험적인 방식을 전개하며 타 편집숍과의 확고한 차별점을 만들었다.

기존의 편집숍들이 주로 정제된 럭셔리 하우스와 하이엔드 브랜드에 집중하며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면, 데일리 프로젝트는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 블레스(BLESS), 버나드 윌헴(Bernhard Willhelm) 등 해외 아방가르드 및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과감히 소개하며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서브컬쳐'적 요소에 주목했다. 단순히 비싸고 유명한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패션에 담긴 반항적인 메시지와 예술적 가치를 조명함으로써 데일리 프로젝트는 자유롭고 전위적인 콘셉트를 구축해 낸 것.




공간의 제약을 넘어 기능 확장을 시도하다
데일리 프로젝트는 단순히 옷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리테일의 1차원적 기능을 과감히 탈피했다. 매장 공간을 비워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의 데뷔 무대가 되는 패션쇼 런웨이로 탈바꿈시키는가 하면,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쇼룸의 기능까지 수행하며 유통 채널이 부족했던 당시 국내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취향을 공유하는 생생한 문화 커뮤니티의 장
더 나아가 데일리 프로젝트는 청담동 특유의 높은 문턱을 허물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특히 주말마다 열렸던 정기 플리마켓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해방구이자 거대한 축제였다. 디자이너, 모델, 에디터, 일반 대중이 한데 모여 옷을 사고팔며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또한 단순한 숍을 넘어 매장 내 갤러리에서 신진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열며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영감을 주고받는 끈끈한 서브컬처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 패션 문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데일리 프로젝트는 한국 패션과 유스 컬처의 진정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냈다. 단순히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잠재력 있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기꺼이 무대를 내어주었다. 또한 창작자와 대중이 직접 소통하는 접점을 끊임없이 생산해 냈다. 현재 한국 패션 씬(Scene)을 이끄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데일리 프로젝트는 편집숍이라는 상업 공간이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씬 전체를 키워낼 수 있는지 증명했던 문화복합공간이었다.

데일리 프로젝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팝업 스토어와 복합문화공간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오늘날, 우리는 왜 십수 년 전의 공간을 다시 생각해야하는가? 지금의 리테일 숍들은 화려한 포토존과 자극적인 이벤트로 사람들을 모으지만, 정작 그 안에 고유한 철학과 자생적인 커뮤니티가 결여된 경우가 많다. 취향을 큐레이션하고 창작자를 육성하며 문화의 파이를 키워냈던 데일리 프로젝트의 행보는 브랜드와 공간이 과잉된 이 시대에 '진정성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출처:Daily Proj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