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ial
빈티지 숍에서 시작된 일본 브랜드 7개
때로는 오래된 빈티지가 좋은 브랜드가 된다
2026년 6월 28일
때로는 오래된 빈티지가 좋은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낡은 군복과 워크웨어를 해체하며 옷의 구조를 익혀온 이들에게 빈티지는 단순한 옷을 넘어 원단과 봉제, 그리고 한 시대의 생활 방식까지 읽어내는 훌륭한 교보재였고, 수많은 옷을 거치며 벼려진 감각과 낡은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집요함은 곧 브랜드를 완성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빈티지라는 깊은 자양분을 바탕으로 새로운 클래식을 만들어낸 일곱 개의 브랜드, 지금부터 그들을 만나보자.

Nepenthes, 1988
1988년 시미즈 케이조가 설립한 네펜데스(Nepenthes)는 빈티지 숍에서 출발했다. 그 뿌리는 어린 시절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던 경험, 분카와 밴(VAN) 매장에서 보낸 시간, 그리고 여러 도시를 누비며 패션을 몸으로 익힌 그의 짙은 개인적 역사에 닿아있다. 미국 전역을 돌며 구제 의류를 바잉하고 아메리칸 캐주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은 그는 오래된 옷을 현재의 맥락으로 번역하는 네펜데스를 세웠고 이는 훗날 '니들즈'와 '엔지니어드 가먼츠'라는 줄기로 뻗어나가게 된다.

Needles, 1995
니들즈(Needles)는 시미즈 케이조가 자신의 취향을 한층 농밀하게 풀어낸 브랜드다. 19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가 입었던 루즈한 수트 재킷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네펜데스에서 미국 빈티지와 데드스톡, 밀리터리 원단을 다루며 쌓은 감각은 니들즈 안에서 아이비, 웨스턴, 히피, 그런지, 그리고 일본적인 디테일이 오묘하게 뒤섞인 스타일로 확장되었다. 니들즈는 단순한 복각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문화를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환해내었다.

Engineered Garments, 1999
엔지니어드 가먼츠(Engineered Garments)는 네펜데스의 바이어였던 스즈키 다이키가 1999년 뉴욕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그는 미국의 워크웨어, 밀리터리, 아이비, 아웃도어를 수없이 접하며 오래된 옷의 패턴과 부자재, 숨겨진 기능을 몸으로 체득한다. 그러나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더 나아가 빈티지를 그대로 복각하는 대신 그 요소들을 현재의 옷으로 다시 설계하는 쪽에 가깝다.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된 옷”이라는 소개처럼 거칠고도 정교한 만듦새는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복각 아메카지 브랜드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N.Hoolywood, 2001
하라주쿠의 유명 빈티지 숍 '고게터'의 바이어였던 오바나 다이스케는 엔할리우드(N.Hoolywood)를 론칭했다. 그는 희귀한 구제 의류를 구하기 위해 할리우드 일대를 누비며 방대한 아카이브를 수집했고, 옷의 역사와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탁월한 안목을 길렀다. 이때 체득한 지식은 오리지널 빈티지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극도로 모던한 실루엣을 뽑아내는 엔할리우드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Evisu, 1991
오사카의 빈티지 숍 '라피네'에서 일하던 야마네 히데히코는 매일 진열대 너머로 빈티지 리바이스를 매만졌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50~70년대 오리지널 데님의 가격이었다. 결국 그는 직접 완벽한 데님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리바이스 501을 분해해 패턴을 뜨고, 뒷주머니에는 붓으로 직접 카모메(갈매기) 모양을 그려 넣었다. 처음엔 하루에 열네 장도 채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손으로 툭툭 그린 듯한 그 페인트 스티치 하나는 곧 브랜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된다. 빈티지를 팔던 자리에서 빈티지를 만드는 자리로 에비수(Evisu)는 그렇게 탄생했다.

Fullcount, 1993
같은 가게 '라피네'의 단골이던 츠지타 미키하루는 그곳에서 야마네를 만났고, 그의 권유로 에비수 창업에 함께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는 곧 1992년, 풀카운트(Fullcount)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그가 내세운 건 단 하나의 문장. "잠들기 전까지 벗고 싶지 않은 진"이었다. 화려한 워싱이나 인위적인 가공 대신 그는 짐바브웨 코튼이라는 희귀한 원사에 집착하고, 데님의 무게보다 몸에 감기는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긴 이 브랜드는 결국 에비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님 브랜드로 탄생한다.

와코마리아(Wacko Maria)는 디렉터들이 도쿄에 열었던 ‘락 스테디(Rock Steady)’라는 바에서 태동했다. 매장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구제 의류를 들여와 팔기도 하고, 그 옷에 자수나 프린트를 더해 커스텀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의류 제작의 감각을 익힌 것. 빈티지에서 출발한 자유로운 태도, 그리고 음악과 술, 하위문화가 진하게 뒤섞인 불량하고도 섹시한 무드는 지금의 와코마리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되었다.